Page 34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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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의 중간적 경계를 말끔히 내려놓아야 하는 이유다. 문수보살의 뺨을
때린 무착스님의 폭거가 선문의 찬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착스님은 문수보살을 친견하는 것
이 소원이었다. 그렇게 기도하고, 그렇
게 희구한 결과, 오대산에서 문수보살
을 만났다. 그렇지만 무착스님은 알아
채지 못했다. 이후 앙산스님을 만나 눈
을 떠 공양주 소임[典座]을 수행하게 되
었는데 죽 솥에서 방울을 타고 문수보
살이 나타났다. 이에 무착이 주걱으로
때리며 말했다. “문수는 네 문수고, 무
사진 4. 무착문희 선사. 착은 내 무착이다.” 이에 문수가 하늘
로 올라가며 노래했다. “쓴 박[苦瓠]은 뿌리까지 쓰고, 단 외[甛瓜]는
꼭지까지 단 법! 3아승지겁을 공부했건만 늙은 중에게 쫓겨나는구
나.”
그토록 소원했던 문수보살의 친견이 이루어졌음에도 주걱으로 보살의
뺨을 때린 무착스님은 집착없음[無著]의 끝을 보여준다. 일체의 경계는 머
무는 순간 집착이 된다. 눈을 뜬 무착스님은 문수보살의 현현조차 집착이
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문수보살의 뺨에 서슴없이 주걱을 날릴 수 있었
다. 그것은 천태와 화엄의 초주견성론을 비판하는 성철스님의 입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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