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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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를 밟으며 공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한 더 닦을 것이 있다
면 그것은 완전한 불과라 할 수 없다.”
성철스님에 의하면 더 닦을 것이 남아 있다면 구경각이 아니다. 10주 초
에서 10행, 10회향을 거쳐 10지 제7지에 이르기까지 견사혹과 진사혹을 타
파하기 위해, 그리고 무생법인을 성취하기 위해 유위적인 노력이 필요하
다. 그러므로 7지까지의 어떤 지위에도 견성이라는 말을 붙일 수 없다.
나아가 무생법인을 성취하여 무공용의 수행이 이루어진다는 8지 역시
견성이라 할 수 없다. 진정한 무생법인이라고 할 수도 없다. 9지, 10지, 등
각의 지위를 거치며 미세한 무명을 끊어가는 숙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마당에 황금이 묻혀 있다는 것을 아는 일은 황금을 직접 드러
내는 일과 다르다. 또한 황금을 일부 드러내는 일은 황금 전체를 드러내는
일과 전혀 다르다.
그래서 성철스님은 부처가 체화되는 지위인 8지의 무생법인을 가무생假
無生이라고 부른다. 가짜 무생법인이라는 뜻이다. 구경각을 성취한 이후라
야 진정한 무생법인이라고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견성과 성불이
일어난다는 초주는 물론 7지에 이르기까지는 애쓰는 수행이 필요하므로
저절로 공부가 되는 8지와 질적으로 다르다. 또한 8지 이후의 무공용행 역
시 구경각과 질적으로 다르다. 9지, 10지, 등각을 거쳐 구경각에 이르는 승
진의 여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부가 완전히 끝나는 절학무
위絶學無爲의 견성이 아니다. 황금이 드러났지만 거기에 끼어 있는 잡석을
걷어내는 작업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초주의 견성을 1차 완성, 8지 무생법인의 성취를 2차
완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 3차 완성인 구경각이 진정한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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