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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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다. 석가의 화신으로 불렸던 천
             태스님조차 그렇다면 보통의 수행자
             에게 초주의 지위는 까마득한 자리가

             아닐 수 없다.

               이 어마어마한 여정 앞에서 수행
             의 용기가 꺾일 수도 있다. 천태스님
             은 그래서 이와 별도로 6즉불의 지위

             론을 제시한다. 이치적으로 부처인
                                                사진 2. 천태종조 천태지의대사.
             지위[理卽]에서 출발하여 가르침을 듣
             는 차원 이대로 부처인 명자즉名字卽, 관조의 수행을 진행하는 차원 이대로
             부처인 관행즉觀行卽, 견사혹과 진사혹을 모두 끊어 부처와 닮게 되는 상사

             즉相似卽, 근본무명을 한 조각씩 타파하며 그만큼의 진여를 증득하는 분증

             즉分證卽, 그리고 궁극적 깨달음의 지위인 구경즉究竟卽에 이른다는 6단계
             지위론이 그것이다.
               이중 분파분증이 시작되는 초주의 지위는 궁극의 깨달음이 일어나기 직

             전인 분증즉에 해당한다. 이에 의하면 어느 지위나 그대로 곧[卽] 부처이므

             로 그 자체로 완전하다. 그러니 성불이 까마득하다는 생각에 절망할 필요
             가 없다. 또한 6단계의 지위가 분명하므로 궁극의 깨달음에 도달하지 못
             하고서 스스로 부처가 되었다고 자처하는 넘침을 차단할 수 있다. 각각의

             지위가 그대로 부처이므로 돈오이고 6단계를 밟아 나가므로 점수다.

               이처럼 천태의 지위론에는 돈오적 초월주의와 점수적 현실주의가 결합
             되어 있다. 견사혹, 진사혹이 소멸한 자리에서 본격적 수행이 시작된다고
             규정하여 깨닫지 못한 현재의 상황을 인정하고 들어가므로 현실적이다. 이

             에 비해 무명혹이 온전히 남아 있는 지점인 초주에 견성을 한다고 규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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