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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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점인 10주 초주의 내용이 판
             연히 다르다. 천태에서는 10주에 진
             입하기 전, 그러니까 10신에 견사혹

             과 진사혹이 끊는다고 말한다.

               이에 비해 화엄에서 견성이 일어
             난다는 10주 초는 문자 그대로의 초
             발심에 가깝다. 견사혹과 진사혹의

             타파가 초주 견성 이후에 일어난다

             고 보기 때문이다. 화엄의 이치 자체
             가 그렇다. 전체 법계를 하나의 진여
             로 보는 화엄의 입장에서는 중생과                 사진 3. 화엄종조 현수법장 대사.

             부처가 둘이 아니다. 모든 것이 부처

             의 성품에서 일어난 것[性起]이므로 원인과 결과가 둘이 아니다.
               파도 그대로 바다라서 파도를 모두 잠재워야 바다가 드러나는 것이 아
             니다. 바닷물을 한 모금 먹어 보면 전체 바닷물이 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닷물이 짜다는 것을 알기 위해 그것을 전부 먹어 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바닷물을 한 모금 먹어 보는 체험이 10주 초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후의 여정은 부처의 차원에서 진행된다고 말한다. 미혹을 깨
             는 수행을 통해 깨달음이라는 결과를 얻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화엄에

             서는 이것을 결과로서의 수행[果行], 혹은 완성된 원인[圓因]이라고 표현한

             다. 이에 성철스님은 묻는다. 그렇다면 42단계의 지위가 왜 필요한가?


                  “이치는 그러하지만 사실에 있어서는 각 지위의 지혜와 능력에 차

                  이가 있는 법이다. 만일 10주 초에서 완전히 성불했다면 다시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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