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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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왕을 타기도 한다. 1)
이는 대면을 통한 일종의 법거량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전체작용’은 임제종의 종지宗旨인 대기대용大機大用을 말하는 것이
고, ‘기권’은 본래 ‘기지권모機智權謀’를 뜻하는데, 조사선에서는 기용機用과
방편方便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의현은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
이 설하고 있다.
예컨대 제방諸方에서 학인이 오면 주인과 손님이 서로 만나고, (학
인이) 바로 한마디를 던진다. 이는 앞에 있는 선지식을 알아보려고
재치 있고 의도가 있는 말[機權語路]을 골라 주둥이[口角頭]를 놀려서
‘아는가? 모르는가?’를 지켜본다. 이때 만약 (선지식이) 이 경계를 알
았다면 (그 말을) 잡아서 구덩이에 던져버린다. 그러면 학인은 바로
일상적인 자세로 돌아가 선지식의 가르침을 모색하지만 (선지식은)
앞의 말에 따라 그 경계를 빼앗아 버린다.
학인이 “뛰어난 지혜입니다! 대선지식입니다.”라고 말한다. (선지식
이) 바로 말하기를 “너는 좋고 나쁨을 조금도 모르는구나!”라고 한
다. 그리고 선지식은 하나의 경계[境塊子: ‘境’의 비속어]를 제시하여 학
인의 면전에서 희롱하니, 학인은 (그 경계를) 알아차리고 주主를 지
어서 경계의 미혹을 받지 않는다. 선지식이 바로 반신半身을 드러
내 보이면 학인은 곧바로 할喝을 한다. 선지식이 다시 다양한 차별
된 말로 흔들고 두드리면 학인은 “좋고 나쁜 것도 모르는 늙고 머
1) [唐]慧然集, 『鎭州臨濟慧照禪師語錄』(大正藏47, 501a), “主客相見, 便有言論往來, 或應物現形, 或全
體作用, 或機權喜怒, 或現半身, 或乘師子, 或乘象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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