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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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락 없는 중이네!”라고 한다. 선지식은 “진정한 도류道流이구
나.”라고 찬탄한다. 2)
이처럼 의현의 문정에서는 선지식과 학인과의 대면을 통하여 선리禪
理를 깨우치는 과정을 극도로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주인’
과 ‘손님’으로 구분하여 전개하고 있는데, 이를 종합적으로 논한 것이 바로
사빈주四賓主라고 하겠다.
사빈주의 첫째는 빈간주賓看主로서 손님이 주동적으로 주인을 보는 입장
이고, 둘째는 주간빈主看賓으로 주인이 손님을 맞이하는 상황이며, 셋째는
주간주主看主로서 찾아온 손님이나 맞는 주인이
모두 주인의 자리에서 만나는 상황이고, 넷째는
빈간빈賓看賓으로서 이와 반대로 손님이나 주인
이 모두 손님이 되어 버린 상황이다.
이와 같은 사빈주의 ‘주’와 ‘빈’의 관계에서 일
반적으로 보자면, 선사가 ‘주’의 입장이고, 학인
이 ‘빈’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으며 언제든지 서로 호환될 수 있
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종문십규론宗門十規
論』에서 “임제는 호환互換으로 기機를 삼는다.” 3)
사진 1. 『 성철스님 임제록 평
석』(장경각, 2018) 표지. 라고 밝히는 바와 같다.
2) 앞의 책(大正藏47, 500a-b), “如諸方有學人來, 主客相見了, 便有一句子語: 辨前頭善知識被學人拈出
箇機權語路, 向善知識口角頭攛過, 看爾識不識. 爾若識得是境, 把得便抛向坑子裏. 學人便卽尋
常, 然後便索善知識語, 依前奪之. 學人云: 上智哉! 是大善知識. 卽云: 爾大不識好惡. 如善知識
把出箇境塊子, 向學人面前弄, 前人辨得下下作主, 不受境惑. 善知識便卽現半身, 學人便喝. 善知
識又入一切差別語路中擺撲, 學人云: 不識好惡老禿奴. 善知識歎曰: 眞正道流.”
3) [唐]文益撰, 『宗門十規論』(卍續藏63, 37c), “臨濟則互換爲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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