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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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인이 선지식을 간파하는 빈간주賓看主
이러한 사빈주의 각 내용을 살핀다면 다음과 같다. 우선 ‘빈간주’에 대하
여 『임제어록』에서는 다음과 같이 논한다.
예컨대 진정한 학인이 있다면 곧바로 할을 하여 먼저 하나의 교분
자膠盆子를 집어내 보인다. 선지식은 이 경계를 분변分辨하지 못하
고 바로 그의 경계 위로 올라와 모양模樣을 짓는다. 학인이 바로 할
을 하지만 앞의 사람은 놓으려 하지 않는다. 이는 고황膏肓의
병病으로 의술로 치료할 수 없는 것이다. 이를 객간주客看主라고 부
른다. 4)
빈간주는 오히려 학인이 선지식보다 더욱 높은 경지에 있으며, 먼저 주
동적으로 ‘교분자’를 선지식에게 던지는 것이다. 여기서 ‘교분자’란 아교로
만든 접시로써 선에서 자주 논하는 ‘갈등葛藤’과 유사한 말로 여러 가지 견
해나 정식情識이 얽힌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선지식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도리어 이에 빠져들어 ‘모양’을 지어 버린다.
학인이 그러한 선지식을 각성시키고자 ‘할’을 하였지만 깨닫지 못한다. 임
제는 이를 ‘고황의 병’이라고 불렀다. 병이 깊어 도저히 의술로써는 치료할
수 없는 병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을 임제는 ‘객간주’라고 했다. 『임제어
록』에서는 손님을 ‘객客’으로 표현하지만, 대부분의 선전禪典에서는 ‘빈賓’으
4) [唐]慧然集, 『鎭州臨濟慧照禪師語錄』(大正藏47, 501a), “如有眞正學人, 便喝先拈出一個膠盆子. 善
知識不辨是境, 便上他境上, 作模作樣. 學人便喝, 前人不肯放. 此是膏肓之病, 不堪醫治, 喚作客
看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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