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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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다. 매순간 알아차리는 것이 식의 고유한 기능이다. 이미 식 속에 생
             멸의 가능성이 전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오온의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에서 식識도 매순간 알아차리는 기능을 한

             다. 그렇다면 이 오온은 용어 자체에서 생멸성이 드러나게 된다. 색수상행

             식은 신체적이고 물질적인 기능(rūpa, 色), 받아들이고 느끼는 기능(vedanā,
             受), 결합하고 생각하는 기능(saññā, 想), 의도하는 기능(saṅkhāra, 行), 구분
             하고 아는 기능(viññāṇa, 識)이다. 신체, 느낌, 생각, 의도, 앎이라는 명사화

             된 표현으로는 기능성이 잘 드러나지 않으므로 기능하는 동사의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기능하는 존재로서 오온은 식識을 바탕으로 수受라는 인풋 과정을 통해
             서 들어오는 데이터를 상想이라는 과정에서 프로세싱하고 행行을 통해서

             아웃풋을  하게  된다.  오온은  인풋-프로세싱-아웃풋(input-processing-

             output)의 과정을 거치면서 기능하는 것이다. 오온은 이러한 기능들이 함
             께 생멸·생멸하고 있는 역동적 몸·마음 통합체라고 할 수 있다.
               연기에서도 식識이 사용된다. 무명無明으로 인해서 행行의 영향을 받는

             식識이 매순간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식을 발생시키는 것이 행이다.

             이때의 행은 삼업三業, 즉 신구의身口意에서 만들어진 행위를 말한다. 몸과
             입과 의에 의해서 만들어진 행위를 바탕으로 식이 영향을 받는다. 여기에
             서 의意가 등장한다. 식은 의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연기에서 만

             들어지는 식은 매순간 생멸한다. 매순간 우리가 신구의身口意라는 감각기

             능을 통해서 만드는 행위는 우리의 식識에 영향을 끼치고, 이것으로 인해
             서 명색名色이라는 몸과 마음에 영향을 끼친다. 이때의 몸과 마음은 또 다
             시 식識에 영향을 끼친다. 식과 명색의 상호증장적 생산구조에 의해서 십

             이연기 이후의 각지各支가 지속적으로 생겨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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