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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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은 응당 만사를 원하게 알지니
              절집 짓는 일은 필경 시기에 맞게 이루어지리라.



              독방운부사 獨訪雲浮寺

              선방정가의 禪房靜可依
              곡심거마소 谷深車馬少
              승로세년지 僧老歲年遲

              죽영침허탑 竹影侵虛榻

              송풍투박의 松風透薄衣
              산령응불매 山靈應不昧

              결사회여기 結社會如期



           영파대사는 1788년부터 운부암에 주석하며 많은 중창 불사를 하는데 앞
          장섰다. 은해사에는 다른 절과 달리 동갑의 승려들이 갑계甲契를 결성하여
          스스로 재원을 조달하고 불사를 지속적으로 해나갔는데 대사는 이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부도림에는 이런 갑계에 관한 비도 여럿 있다. 영파대사

          는 화엄학의 대강백으로 선과 염불에도 득의한 최고의 선지식이었다. 그
          는 은해사뿐만 아니라 해남 대흥사大興寺에서도 강백으로 활동하여 대흥사
          13대강사大講師에도 포함되어 있다.

           혼허화상이 지은 <운부암중건기>에 의하면, 1860년(철종 11)에 화재로 모

          든 당우가 잿더미가 되었고, 1862년에 원통전圓通殿과 보화루寶華樓를 중수
          한 것으로 되어 있다. 작은 불이문으로 들어가면 오르막 경사로 보화루(사
          진 9)로 가는 돌계단이 있다. 돌계단을 올라가면 보화루가 앞에 서 있는데,

          현재의 이 건물은 1900년에 중건한 것이다. 그 옛날부터 보화루에는 큰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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