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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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25호 | 풀어쓴 『선문정로』 20 |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성

                                         철스님이 1981년 1월, 조계종 종정직
                                         을 수락하면서 내놓은 법어다. 청원

                                         유신 선사의 말을 인용한 이 한마디
          정안종사의 한마디 말,                   는 한국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

          현요정편玄要正偏                       다. 당시 조계사 근처의 다방에서는
                                         여종업원들이 보리차를 가져다 주면

                                         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에요.”라
          강경구
                                         고 말했다는 회고담도 전한다.
          동의대 중국어학과 교수

                                           말을 통해 말의 틀을 깨뜨리기




                                           지금도 이 말을 검색해 보면 다양
                                         한 해석이 발견된다. 다만 그것들은
                                         마치 「님의 침묵」(한용운)의 ‘님’을 ‘부

                                         처’, ‘조국’, ‘사랑하는 사람’ 등으로 해

                                         석하며 오류의 목록을 더해 갔던 일
                                         과 비슷하다. 소의 머리에 말의 주둥
                                         이를 붙이려는 것처럼 한쪽을 맞추면

                                         다른 쪽이 어긋나는 상황이다. 그것

           강경구   현재 동의대학교 중국어학과          이 맥락 자체를 벗어난 한마디 말이
           교수로 재직 중이며 중앙도서관장을 맡
           고 있다. 교수로서 강의와 연구에 최대         기 때문이다.
           한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한편 수행자로            일반적으로 우리는 지시대상과 발
           서의 본분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화언어 사이에 일대일의 대응관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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