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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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시도를 차단하는 철벽같은 언어를 썼고, 법안종은 삼계유심의 이치를
드러내는 적절한 언어를 제시하는 데 능했다. 또 선종 5가 중 최초로 성립
된 종파였던 위앙종의 경우 스승과 제자 간에 주고받는 퍼포먼스 자체를
중시했다. 이런 일이 있었다.
스님(앙산)이 하루는 법당에 앉아 있는데 한 중이 밖에서 들어와 안
부를 여쭙고는 동쪽으로 가서 두 손을 모으고 서서 스님을 바라보
았다. 스님이 왼발을 내리자 중은 바로 서쪽으로 가서 두 손을 모
으고 섰다. 스님이 오른발을 내리자 중이 가운데로 가서 두 손을
모으고 섰다. 스님이 두 발을 거둬들이자 중이 절을 했다.
어떤가? 거의 연극과 같지 않은가?
위앙종의 내부에 암호처럼 통하는 행
위 언어가 있었던 것일까? 그래서 이
것이 일종의 약속대련 같은 것이었을
까?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다. 위산스
님을 계승하여 위앙종을 완성한 앙산
혜적 선사는 당대 최고의 정안종사였
다. 작은 부처님[小釋迦]이라는 존칭까
지 헌정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것이 일체의 의도적 가공을 벗어난
즉석 퍼포먼스였다는 것을 믿는다. 그
것은 부처님이 꽃을 들어 올리고 가섭
사진 2. 위산영우 선사(일본 狩野元信 그림).
존자가 미소를 짓는 심심상인心心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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