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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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격견해인의 네 가지로 구분하고 있으며, 앞의 세 근기에 대해서는 각각
경계와 법 등을 뺏거나 뺏지 않으며, 마지막 출격견해인에 대해서는 그대
로 ‘전체작용’으로 대함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의현이 각 근기의 구분을
명확하게 설하지는 않지만 법과 경계를 뺏거나 뺏지 않는다는 표현으로부
터 중하근기와 중상근기는 여래선의 단계에 있는 학인들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사료간四料揀
『임제어록』에서는 이를 다음과 같이 시중示衆한다.
“어느 때는 사람을 빼앗고 경계를 빼앗지 않고[奪人不奪境], 어느 때
는 경계를 빼앗고 사람을 빼앗지 않으며[奪境不奪人], 어느 때는 사
람과 경계를 모두 빼앗고[人境俱奪], 어느 때는 사람과 경계를 모두
빼앗지 않는다[人境俱不奪].” 3)
이처럼 서로 다른 근기를 제접하는데, 여기에서 설하는 ‘탈인불탈경奪人
不奪境’, ‘탈경불탈인奪境不奪人’, ‘인경구탈人境俱奪’, ‘인경구불탈人境俱不奪’의
네 가지를 이른바 ‘사료간’으로 칭한다. ‘요料’는 헤아리다 혹은 처리한다는
뜻이고, ‘간揀’은 선택한다는 의미이니, 사료간이란 학인들의 근기를 네 가
지로 결택하여 선리禪理를 깨우치게 하는 제접법이라고 하겠다.
3) 앞의 책(大正藏47, 497a), “有時奪人不奪境,有時奪境不奪人,有時人境俱奪,有時人境俱不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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