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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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는 것이다. 시골 노인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왕의 법이나 명령 때문이 아
          니라 그저 자연스러운 본분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따라서 이는 바로 의현
          이 지극히 강조하는 인혹인 아집과 법집이 모두 타파되었거나 혹은 상당

          히 미미한 상태의 학인을 대상으로 하며, 그러므로 아무것도 빼앗을 필요

          가 없다는 말이다.
           이러한 사료간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모호하게 시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해석의 외연外延이 상당히 넓다. 여기에서는 다만 하나의 해석을

          제시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료간’은 또한 ‘사조용四照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사조용’은 <대정신수대장경> 47에 수록된 『임제어
          록』에는 실려 있지 않지만, 『고존숙어록古尊宿語錄』 권5에 실린 『임제선사어
          록지여臨濟禪師語錄之餘』에 실려 있고, 또한 『인천안목』과 『오가종지찬요』 등

          에 임제의현의 제접법으로 게재하고 있다.



            사조용四照用



           『임제선사어록지여』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한다.



              시중示衆하여 설하였다. “나는 어떤 때는 먼저 비추고 뒤에 쓰며[先
              照後用], 어떤 때는 먼저 쓰고 뒤에 비추며[先用後照], 어떤 때는 비춤

              과 씀을 동시에 하고[照用同時], 어떤 때 비춤과 씀을 동시에 하지 않

              는다[照用不同時].
              ‘선조후용’에는 사람[人]을 남기고, ‘선용후조’에는 법法을 남긴다.
              ‘조용동시’는 밭가는 농부의 소를 내몰고, 굶주린 이의 음식을 빼앗

              고, 뼈를 두드려 골수를 취하고, 아픈 곳을 침과 송곳으로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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