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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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경계를 모두 빼앗음
다음에 ‘인경구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한다.
“한 승려가 ‘어떤 것이 사람과 경계를 함께 빼앗는 것인가?’라고 묻
자 선사는 ‘병주幷州와 분주汾州가 소식이 끊어지고, 독자적으로 한
지방을 차지하였다.’라고 하였다.” 6)
의현이 말하는 ‘병주’는 지금의 산서성山西省 태원시太原市의 서남부를 가
리키고, ‘분주’는 산서성 분양현汾陽縣을 가리킨다. 당말唐末에 이 지역 절도
사節度使들이 황제의 명령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통치했던 고사로 유명하였
다. 따라서 “병주와 분주가 소식이 끊어짐”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통제
할 방법이 없는 극도의 혼란을 의미하고, 그렇게 절도사들이 각각 한 지방을
차지하였다는 말이다. 이를 아집과 법집으로 배대하여 본다면, 둘 다 모두
제멋대로 행해지고 있어 이를 모두 빼앗아야 한다는 의미라 하겠다.
사람과 경계를 모두 빼앗지 않음
마지막으로 ‘인경구불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한다.
“한 승려가 ‘어떤 것이 사람과 경계를 함께 빼앗지 않는 것인가?’라
고 하니, 선사는 “왕이 보전寶殿에 오르고, 시골 노인들이 노래를
6) 앞의 책, “僧云: 如何是人, 境兩俱奪? 師云: 幷汾絶信, 獨處一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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