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P. 61
발생하는 무서운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기에 이를 빼앗아 버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경계는 빼앗고 사람은 빼앗지 않음
다음에 ‘탈경불탈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한다.
“한 승려가 ‘어떤 것이 경계를 빼앗고 사람을 빼앗지 않는 것인가?’
라고 하자 선사는 ‘왕의 명령이 이미 천하에 두루 행해졌는데 장군
은 새외塞外에서 연진煙塵을 끊었다.’라고 하였다.” 5)
여기에서 의현은 군사軍事와 관련된 용어를 채택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
른바 “왕의 명령이 이미 천하에 두루 행해졌다.”라고 함은 외부의 경계에
대하여 통제와 질서를 부여하고 있음을 가리키니, 외재적 법리에 철저하
고 있음이 명확하다. 즉 이법理法의 경계에 철저히 집착하고 있다고 하겠
다. 그리고 “장군은 새외에서 연진을 끊었다.”라고 하는 말에서 ‘연진’이란
봉화의 연기와 군마가 일으키는 먼지를 의미하니, 장군이 이미 병장기를
창고에 넣고 군마들을 쉬게 하여 더는 명령을 내리지 않음을 가리킨다. 이
는 바로 아집을 방하放下하였음을 뜻한다고 하겠다. 그에 따라 법집에 대
해서는 빼앗지만, 아집에 대해서는 뺏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5) 앞의 책, “僧云: 如何是奪境不奪人? 師云: 王令已行天下遍, 將軍塞外絶煙塵.”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