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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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부동시’는 질문과 대답이 있으며, 손님이 서면 주인도 서고,
물과 진흙을 합하듯이 응기접물應機接物한다. 만약 뛰어난 사람[過
量人]이라면 아직 들기 전에 몸을 일으켜 바로 가버리니, 오히려 얻
은 것 같다고 하겠다.” 8)
여기에서 조照·용用은 앞의 사료간에서 논한 인人·경境과 상당히 유사
하다고 할 수 있으며, 아집과 법집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선
조후용’은 ‘인’을 남기고 법집을 제거하며, ‘선용후조’는 법을 보존하고 아
집을 제거하는 것이고, ‘조용동시’는 법집과 아집을 모두 제거함이고, ‘조
용부동시’는 법집과 아집의 제거가 필요 없는 학인에게 베푸는 제접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선용후조’와 ‘탈인불탈경’, ‘선조후용’과 ‘탈경불탈인’, ‘조용
동시’와 ‘인경구탈’, ‘조용부동시’와 ‘인경구불탈’이 서로 일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으로 임제종을 창립한 의현이 설시設施한 ‘임제삼구’, ‘삼현삼요’, ‘방
할제시’, ‘사료간’, ‘사조용’ 등의 제접법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제접법은 당
연히 선사가 깨달은 선리로부터 나온 것이고, 다양한 근기의 학인들을 접
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후대에 정리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제접법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긴밀한 사상적 관계가 있
다고 하겠다. 나아가 이러한 제접법은 바로 임제종의 종풍과 가풍과도 깊
은 관련이 있다. 그러므로 이를 이어 임제종의 종지宗旨와 종풍宗風, 그리
고 간략한 법맥을 논하고자 한다.
8) [宋]頥藏主集, 『古尊宿語錄』 卷5, 『臨濟禪師語錄之餘』(卍續藏68, 32c), “示衆云: 我有時先照後用,
有時先用後照, 有時照用同時, 有時照用不同時. 先照後用有人在; 先用後照有法在; 照用同時,
駈耕夫之牛, 奪飢人之食, 敲骨取髓, 痛下鍼錐. 照用不同時, 有問有答, 立賓立主, 合水和泥, 應
機接物. 若是過量人, 向未擧已前撩起便行, 猶較些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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