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8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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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경전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무아가 ‘아’를 부정한다는 모토
를 가지고 있는 반면, 공은 부정의 모토를 감추고 있다. 그러기에 공은 부
정어가 없는 긍정적인 정의라고 할 수 있다. 공은 원래 비어있는 이미지를
형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이 가지고 있는 어감으로 인해서 공
허, 허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공은 모든 존재가 실체를 가지지
않는다는 의미를 한 글자로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공은 마음에도 적용
이 된다. 공은 마음의 비실체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서는 ‘오온개공五蘊皆空’에서 마음을 포함한 인간 전체, 존재 전체의 비실체
성을 드러내고 있다.
무아, 공이 부정적인 어감을 가지고 있다면 실상實相이라는 용어는 존재
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모든 존재의 비실체성이 실상實相이
라는 것이다. 이러한 실상은 마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비실체성이
모든 존재의 실제 모습, 리얼리티(reality)라는 것이다. 이러한 실상은 그러
한 것이고, 그러그러한 것이고, 참으로 그러한 것이다. 여如, 여여如如, 진
여眞如이다. 비실체적이기 때문에 언어로 고정할 수 없으므로 ‘그러하다’는
표현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마음도 역시 그러한 것으로 비실체성을 나타
내는 것이다.
지智는 전식득지轉識得智의 지이다. 오식, 육식, 칠식, 팔식 각각이 비실
체적인 성소작지, 묘관찰지, 평등성지, 대원경지로 나아가는 것이다. 식이
변해서 지를 얻는 것은 실체성에서 비실체성으로의 구체적인 변화에 초점
을 두고 있다. 법계法界는 마음의 특징을 법의 특징으로 본 것이다. 법의 원
래의 특징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세계인 법계가 마음을 비롯한 모든 존
재의 특징을 대표한다는 것이다. 법계가 가지고 있는 생멸성이 마음의 비
실체성을 대변한다. 지智가 앎의 측면에서 비실체성을 대변하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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