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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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계法界는 세계의 측면에서 비
실체성을 대변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무자성無自性,
자성自性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초기 중관불교에서 자성은 실체
성을 의미하고, 이러한 자성이
없다는 것, 즉 무자성이 중관불
교의 모토가 되었다. 하지만 중
기 중관불교에서는 무자성이 자
성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 사진 1. 『단경』을 통해 무념無念, 무상無相, 무주無住를
설파한 혜능대사.
는 실체성이 없는 것이 원래의
성질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자성을 실체성으로 해석할지, 원래의 성
질로 해석할지에 따라서 반대의 의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긍정적인 표현으로는 불성佛性이 있다. 불성은 부처의 성질, 부
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한다. 인도불교보다는 중국불교에서 만개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부처의 가능성으로 가장 먼저 제시되는 것이 부처
의 마음이다. 부처의 마음이 원래의 마음이고, 이 마음이 단지 번뇌에 의
해서 가려져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제시한 마음의 특징에는 의인적인 표
현이 없다. 첫 의인적 표현으로 부처가 등장한다. 부처의 마음이 곧 무아,
공, 실상, 여여, 무자성, 자성의 마음인 것이다.
선종에서는 불성사상을 토대로 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네 안에’
있는 부처의 가능성을 실현하라는 것이다. 이는 불성사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측면이 있다. 『단경』에서 혜능이 가장 심한 꾸지람을 내리는 부분
이 있다. 신회가 자기 안에서 불성을 찾지 않고 밖에서 불성을 찾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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