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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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경우 항상 비실체성을 드러내는 방법을 제시한다. 언어 자체의 한계로
인해서 비실체성을 단독적으로 주장하지는 않지만, 실체성을 논파하는 방
식으로 항상 비실체성을 드러낸다.
선불교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언어에 의지하지 않고, 당하當
下에서 비실체성을 드러낸다. 그 대표적인 방법론으로 무념無念, 무상無相,
무주無住를 볼 수 있다. 단순하게 생각이 없고, 상이 없고, 머무는 바가 없
는 것이 아니라, 염이무념念而無念, 상이무상相而無相, 주이무주住而無住 즉
생각을 하면서도 생각하는 바가 없고, 상이 있으면서도 상이 없고, 머물면
서도 머무는 바가 없는 것이 된다. 즉 생각을 할지라도 실체적인 생각이 없
고, 상을 지으면서도 실체적인 상이 없고, 머물면서도 실체적인 머뭄이 없
는 것이다. 이것을 한마디로 하면 무심無心 즉 심이무심心而無心이 된다. 마
음을 쓰면서도 마음씀이 없는 것, 즉 마음을 쓰더라도 실체적으로 쓰지 않
는 것이다. 초기불교에서 선종에 이르기까지 마음의 비실체성을 일관적으
로 주장하고 있다.
성性이 함축하고 있는 심리치료는 심소, 특히 번뇌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달려 있다. 번뇌를 제거하는 방법에 있어서 번뇌를 다양한 방법으로 제거
를 할 것인지, 번뇌의 비실체성을 강조하면서 마음의 원래의 모습을 드러
내는 데 중점을 둘 것인지의 두 가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경우
라도 마음의 비실체성이라는 성性에 기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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