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고경 - 2023년 9월호 Vol.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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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의 오른손은 가섭을 가리키
고 있다. 가섭은 그를 향하여 무
릎을 꿇고 석가모니의 승가리를
받치고 있다. 그리고 미륵의 머
리 위쪽으로 붉은 장삼을 입은
가섭존자가 공중을 날아가고 있
다. 검은색 불꽃이 가섭을 에워
싸고 열반에 드는 모습이다. 이
는 벽화의 한 공간에서 시공간적
연결성을 나타내는 서사적
(Narrativ) 표현이며 둔황벽화에
서 보이는 특징 중의 하나이다.
사진 4. 둔황 361굴 북벽 벽화.
단석산 북벽의 공양자상 2구
를 보자(사진 5). 미륵이 오른손을 들어 늙고 초라한 모습의 대가섭존자를
가리키며 그의 공덕을 칭송하자, 대중들은 이제 고행을 끝내고 대중 앞에
현신한 가섭을 본다. 대중들은 곧 무지몽매한 중생을 제도하려는 무한한
보살행을 깨닫고, 이로 말미암아 더러움이 없어지는 청정법안을 얻는다.
이는 미륵하생불이 약속한 용화삼회 중 최초 법회가 된다.
단석산 북벽 공양자상 2구는 두건을 착용하였으며, 그의 복식은 허리를
내려가는 긴 상의와 통이 넓은 하의가 특징인 신라시대 복식이다. 이들 중
앞선 이는 손잡이가 긴 병향로柄香爐를 들고 있고, 그의 뒤를 따르는 이는
곡식 이삭을 들고 있다. 이들은 고행을 마치고 열반에 든 대가섭존자에게
향과 꽃을 공양하는 모습이다.
석가모니 생전의 두타제일 대가섭존자는 일어남과 사라짐을 보아도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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