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4 - 고경 - 2023년 10월호 Vol.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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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8. 다양한 모습으로 조성된 거조사 석조나한상.


          도와 기복신앙으로 연결된 것이 엉뚱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동
          아시아에서 불교가 전파된 과정을 보면, 불교가 대중화될 때 어려운 불교

          철학의 체계를 문자도 모르는 대중이 알 수도 없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것

          이기에 부처든 보살이든 나한이든 경배의 대상을 상이나 그림으로 형상화
          하고 소원을 이루어 달라는 기도의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이리라. 나한신앙
          에서는 아라한들은 각자 다른 신통력을 가지고 중생을 구제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 준다고 설정되어 있기에 이를 예배하고 기도하는 대상으로

          한 것은 인간의 강렬한 소망에 의한 것이었으리라 짐작된다.
           나한신앙이 강해지면서 16나한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수많은 소원에 상
          응하는 신통력과 공능功能을 가진 나한들이 더 필요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리하여 500나한으로까지 확장되었는데, 고려시대에는 특히 권력을 가

          진 계층을 중심으로 하여 500나한상을 제작하여 봉안한 일이 많았다. 이
          시절에 나한도羅漢圖가 많이 그려진 이유이기도 하다.

           인도의 16나한은 현장법사에 의해 『대아라한난제밀다라소설법주기大阿
          羅漢難提蜜多羅所說法住記』가 번역된 당 왕조 말기에 18나한으로 발전하여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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