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고경 - 2023년 10월호 Vol. 126
P. 99
사진 5. 영산루를 배경으로 넓은 마당 한가운데 있는 삼층석탑.
에 이르렀던것 같다. 1920년대 사진을 보면, 거조사의 터에 영산전만 남아
건물에 바짝 붙은 흙담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에 딸린 조그만 요사채만 보
인다.
거조사 주차장에 도착하면 ‘영산루靈山樓’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신축한 문
루가 보인다. 적합한 이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거조사에는 근래까지 영산
전만 남아 있어 그렇게 지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루 아래로 들어가 돌
계단을 올라가면 영산전 앞마당으로 바로 들어선다. 주위에 다른 전각들이
없어서 그런지 간결하면서도 장중한 영산전은 위엄 있게 서 있다.
‘영산전靈山殿’이라는 현판은 설현신薛玄愼이라는 사람이 썼다고 하는데,
해서체로 쓴 큰 글씨가 웅장하고 미려하다. 영산전은 붓다의 일생을 전하
는 공간이기 때문에 현재불인 석가모니불과 과거불인 제화갈라보살提和竭
羅菩薩, 미래불인 미륵보살의 삼세불을 봉안하는 것이 핵심인데, 거조사의
영산전은 이러한 삼세불 이외에 500나한을 봉안하여 500나한전의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셈이다.
맞배지붕을 하고 있는 영산전의 공포는 고려말기와 조선초기의 주심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