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고경 - 2023년 10월호 Vol.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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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단풍이 물들고 노란 국화는 가을
빛을 자랑합니다. 농가의 구월에는 가
가호호 풍요로운 가을 타작이 시작되었
고, 「농가월령가」 중 9월령은 유난히 바
쁘고 분주하게 느껴집니다.
글을 읊조리다 보면 어디선가 조, 피,
콩, 팥을 두드리는 소리가 분주하게 들
리는 듯합니다. 노동 후 막걸리 한 잔이
수고로움을 덜어 주고, 배춧국과 무나
물, 고춧잎장아찌가 식욕을 자극하기
도 합니다. 사람만큼이나 수고로웠을
소를 돌보는 손길에서 애정이 듬뿍 묻
사진 2. 강정을 만들기 위해 준비한 비자
열매. 어나기도 합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에
서는 이웃과 함께 나누고 베푸는 삶을
통해 공동체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풍요로움 속에서 보
다 넉넉한 마음으로 이웃을 품는 온정이 느껴져서 저절로 미소가 번지기
도 합니다.
9월령을 읽을 때면 고단했던 지난 시간을 가을의 풍요로움으로 보상 받는
느낌이 들어서 읽는 내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짐을 느낍니다. 결실의 계절임
을 실감하게 하는 달이기도 합니다. 살이 오른 오곡백과를 수확하고 농사를
갈무리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들깨송이가 여물어 가고, 방아꽃이 만발할
무렵이면 들깨송이나 방아꽃으로 부각을 만들어 먹기도 하였습니다. 밤과
도토리가 여물어서 다람쥐는 유난히 행복한 계절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짭
쪼름한 열매가 맺는 염부목의 열매로 두부를 만들어 먹기도 하였고, 빨갛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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