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고경 - 2023년 10월호 Vol.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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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패다라 잎으로 만든 패엽경.


          그렇지만 한 번의 칼질에도 바로 고사해 버리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중생

          들이 불성을 갖춘 것이 패다라 나무가 패엽경이 될 수 있는 것과 같다. 그
          렇지만 여기에 큰 거짓말이라는 칼질이 가해지는 순간, 패다라가 고사하
          듯 불성이 소멸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부처 종자의 소멸


            성철스님은 선성비구나 제바달다의 수준이 아니라도 수행의 모든 차원

          에서 아차! 하면 부처의 종자가 소멸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 입

          장이다. 대망어는 물론, 명예의 추구에 빠지거나, 주지노릇에 골몰하거나,
          수행의 공덕과 깨달음의 성취를 부정하거나, 무엇보다도 분별적 지해로 깨
          달음을 대신하고자 하는 일 등이 모두 본래 갖춘 불성을 소멸시키는 행위

          들이다.

            선문의 입장에서 보자면 깨달음이 유일한 기준이다. 깨닫지 못했다면 사
          리가 나오고, 천인들의 공양을 받고, 타심통을 하고, 환생을 예언한다 해도
          모두 덧없는 일이다. 깨달음을 자처했던 송나라 때 보寶상좌 얘기가 있다.

            파암조선破庵祖先 선사에게 보寶상좌라는 수행자가 법을 두고 도전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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