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고경 - 2023년 10월호 Vol.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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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상은 ‘돈오’를 배제한다면 결코 이해할 수가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돈오돈수頓悟頓修’를 근본에 두고 있다. 그렇다면 의현은 어째서 ‘자성’이
라든가 ‘일심’ 등을 부정하는 표현을 하는가? 그것은 임제가 처한 당말唐
末의 혼란했던 시대상황도 결코 무시할 수 없지만, 불佛·조祖의 가르침
조차도 인혹人惑으로 보는 자신의 선사상으로부터 나왔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도 『임제어록』의 선사상을 엄밀하게 분석한다면 『단경』이나 마조,
황벽 등의 선사상과 절대로 어긋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른
바 ‘끊임없는 초월의 길[向上一路]’이라고 하는 조사선의 성격에 따라 표현
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엄밀하게 논해서 『단경』이나 마조, 황벽 등이 부
처를 초월하여 인심人心으로 돌아오는 ‘초불超佛’을 이룬 조사였다고 한다
면 앞에서 논한 위앙종과 임제종 이후는 다시 조사를 뛰어넘는 ‘월조越祖’
를 실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에 따라 명확하게 앞의 부분을 초불조사
선超佛祖師禪 혹은 전기 조사선, 위앙종 이후의 오가五家는 월조분등선越祖
分燈禪 혹은 후기 조사선이라고 칭명하고 있다. 이에 대한 논술은 오가를
모두 소개한 이후에 종합적으로 논하고자 한다.
후대에 ‘오가’의 성쇠를 흔히 ‘임천하臨天下 조일각曹一角’이라고 칭하는
데, 임제종이 중국 선종의 대부분을 장악하였고 조동종曹洞宗이 일부분을
차지하였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임제종이 선종의 주류를 차지했던 까닭에
후대에 임제종에 대한 평가는 지나치게 많이 나타난다. 역사 속에 남은 임
제종 이후의 선사들이 대부분 임제종의 종풍이나 가풍을 언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이를 모두 논할 수는 없는 까닭에 가장 대표적인 임
제종의 종풍과 가풍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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