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고경 - 2023년 10월호 Vol.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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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임제의현 선사가 입적한 대명부 흥화사興化寺.
끄니, 사람들이 백염적白拈賊이라고 칭한다.” 3)
이로부터 임제종이 방할제시, 사료간, 사조용, 삼현삼요, 사빈주 등의
제접법을 종풍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앞의 『인천안목』에서 평
가한 바와 거의 비슷하다. 여기에서 ‘백염적’이라는 말은 『경덕전등록』 권
12에 실린 임제의 전기에서 의현이 “무위진인이 무슨 마른 똥 막대 같은 것
인가!”라고 말한 것에 대하여 설봉雪峰이 “임제는 백염적과 대단히 비슷하
4)
다.” 라고 평가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추정된다.
‘백’이란 아무런 흔적도 없다는 말이고, ‘염’은 손으로 들고 간다는 의미
이니, ‘백염적’은 도둑질을 했는데 어떠한 흔적도 없으며, 심지어 도둑맞은
사람이 자기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모르는 아주 뛰어난 도둑을 의미
한다. 이는 선가에서 기봉機鋒이 예리한 선사의 수법을 논할 때 자주 비유
3) 善遇編, 『天如惟則禪師語錄』 卷9, ‘宗乘要義’(卍續藏70, 833b), “臨濟宗, 棒喝交馳, 雷奔電激, 奪人奪
境照用並行, 或於一喝之中自具三玄三要, 二主二賓, 妙在打破羅籠摟空窠窟, 被人喚作白拈賊.”
4) [宋]道原, 『景德傳燈錄』 卷12(大正藏51, 290c), “無位眞人是什麽乾屎橛.(後雪峯聞乃曰: 臨濟大似白拈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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