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고경 - 2023년 10월호 Vol.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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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의 마음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3)
움직이는 것은 바람도 아니고 깃발도 아니며 바로 그대들의 마음이라는
혜능의 한마디는 듣는 이를 깜짝 놀라게 합니다. 이 한마디는 문자나 경전
과 같은 학문적인 지식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혜능은 자신의 힘으로 일
상생활이 지닌 심오한 의미를 그 근원까지 파헤쳐 내려간 것입니다.
일상생활에도 진리가 있고 가치가 있다고 하는 중국 선禪의 주장은 바로
혜능의 풍번문답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풍번문답이 역사적
4)
사실인지 어떤지는 이미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풍번문답은 그때까지 알
지 못했던 궁극적인 진리를 거침없이 시원스럽게 꿰뚫어 말하고 있는 것
입니다.
풍번문답은 비록 여러 번 들었다 할지라도 처음 듣는 것같이 신선하고
새로운 맛이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들을 때 뭔가 알 것 같았던 풍번문답
도 가만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심오한 혜능의 풍번문답보다 혜능의 제자 신회(670~762)의 부탁으로 혜
능의 비문을 쓴 왕유(699~761)의 시는 훨씬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왕유는
북종 계통의 『능가사자기』 편자인 정각(683~750?)의 비문도 썼으니 남종과
북종을 막론하고 선에 대한 그의 관심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젊었던 얼굴 어느새 늙어 이가 흔들리고
3) 『祖堂集』(952), 第三十三祖惠能和尙條, “有一日正講經風雨猛動見其幡動 法師問衆風動也幡動也
一个云風動 一个云幡動 各自相爭 就講主證明 講主斷不得 卻請行者斷 行者云 不是風動 不是幡
動 講主云 是什摩物動 行者云 仁者自心動.”
4) 『六祖壇經』에는 분류에 따라 3종부터 30종까지 다양한 판본이 있는데, 가장 오래되고 혜능의 본뜻에
근접한 판본으로 평가받는 돈황본과 신회神會의 부탁으로 왕유王維가 작성한 『육조능선사비명六祖能禪師
碑銘』에는 ‘풍번문답’이 적혀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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