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고경 - 2023년 10월호 Vol.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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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홀로 살았습니다. 아내가 죽자 장안 부근 종남산 아래에 있는 망천의 버
려진 별장을 사서 산수에 마음을 맡기며 수많은 명시를 남겼습니다. 그 별
장은 원래 유희이의 외삼촌 송지문의 별장이었습니다.
「탄백발歎白髮」은 허무한 자신의 인생을 탄식하면서 불교에서 비롯되는
깊은 울림과 맛을 지니고 있어서 불가사의한 여운을 남겨줍니다. 불교는
왕유의 시와 인생 전체에 내면적인 진실성을 더해 주었습니다.
왕유는 매일 십여 명의 스님들에게 공양을 대접하며 담소하는 것을 즐
거움으로 삼았습니다. 방안에는 아무것도 없고, 다만 찻잔과 약탕기, 그리
고 경전을 놓는 책상과 새끼줄로 엮은 의자뿐이었습니다. 6)
운문사 경내에서 많은 나무를 만났습니다. 특이하게 흰 꽃이 피는 배롱
나무도 보았고, 잎사귀가 널찍한 후박나무도 보았죠. 꼬리진달래도 보았
고, 나무가 통째로 화석이 된 규화목도 보았습니다. 보기 드문 벚나무 고
목도 만났지만 만세루萬歲樓 앞의 처진 소나무가 압권입니다. 수령 500년,
운문사의 처진 소나무는 예전보다 더 생생해진 듯합니다. 처진 소나무 앞
만세루 마루에 앉아서 운문사의 바람을 맞아보는 것은 호사입니다. 이런
풍류는 사라져 가고 있지만 언젠가 부활할 날도 있지 않겠어요.
오늘 하루, 인생무상과 백발을 음미하면서 12,000보를 걸었습니다.
6) 『舊唐書』, 列傳 王維傳, “在京師日飯十數名僧 以元談爲樂齋中無所有 唯茶鐺葯臼經案繩床而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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