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고경 - 2023년 10월호 Vol.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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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팔공산 기기암 전경.


          재미 삼아 걸어가기는 힘들다. 이런 곳에 작은 암자를 지은 것을 보면 범

          인은 오지 말고 수행자나 오라는 말인 것 같다. 이 산사는 원래 안흥사安興
          寺였는데, 1801년(순조 1)에 중창되었다. 현재 기기암은 수행승들이 참선 수

          행을 하는 도량이다.
           조선시대에는 기성대사의 명성이 널리 알려져 유학자들도 들리곤 했다.
          영조 때 사복시판관司僕寺判官을 지낸 치재恥齋 김상직金相直 선생도 은해사

          를 방문했을 때 기성선사를 만난 사실을 그의 문집에 써놓았다. 근래에는

          이곳에서 수행한 당대의 선장禪匠 휴암休庵(1941~1997) 화상이 불교의 세속
          화와 기복화를 비판하며 『장군죽비』로 백호출림白虎出林의 포효를 하였으
          나 어이없는 사고로 이 세상을 떠났다. 불교 혁신에서 큰 역할을 했을 선

          지식이 일찍 아미타불의 곁으로 떠난 것이 실로 안타깝다.

           오늘날 은해사의 산내암자인 거조암은 원래 거조사居祖寺였다. 『신증동
          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도 그렇게 되어 있다. 신라 때 창건되었다고
          하는데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다. 최근에는 거조사라는 옛 이름으로 다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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