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6 - 고경 - 2023년 11월호 Vol.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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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1211)은 폐위되었다.
명실공히 무인천하武人天下가 되었다. 나랏일은 물리력에 의해 지배되었
다. 말이 좋아 물리력이지 폭력에 다름 아니다. 강종康宗(재위: 1211~1213)이
나 고종高宗(재위: 1213~1259)이 왕으로 앉아 있었지만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
았다. 1129년 최충헌의 아들인 최우崔瑀(1166~1249)가 고종을 앉혀 놓고 정
방政房을 설치하여 권력을 장악하고 도방 등을 확장하며 개인 군대인 사
병私兵체제를 구축하여 30년 동안 나라를 주물렀다. 1249년에는 그와 창
기娼妓 사이에 태어난 최항崔沆(=萬全, 1209~1257)이 형 만종萬宗(?~?)과 같
이 송광사로 출가한 후 무뢰배들과 어울려 백성들을 괴롭히는 만행을 저
지르다가 환속하여 집권자가 되어 8년 동안 나라를 통치하였고, 1257년부
터 그의 아들 최의崔竩(1233~1258)가 1년 동안 통치하면서 최씨 무신정권의
수명이 연장되었다. 이것을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이렇게 고려가 굴러가고 있을 때인 1231년에 드디어 몽골군이 고려를 침
공하였다. 요세화상이 68세 때의 일이다. 이 땅의 백성들은 이후 30여년
에 걸친 기나긴 몽골~고려전쟁을 겪게 된다. 1232년에 최씨 정권은 수도
를 개경에서 강화도로 이전해 들어갔지만 백성들은 그대로 방치되어 전쟁
의 참화를 당하게 되었다. 대몽항전이 지속되면서 무신정권의 재정도 악
화되었고 무엇보다 백성들의 피해와 고난이 실로 심각해졌다. 장기전에 따
른 농민들의 반발과 문신들의 강화론講和論이 강해지는 가운데, 1258년에
최의가 삼별초三別抄를 앞세운 그의 부하 김준金俊(=金仁俊, ?~1268)에게 살
해되면서 최씨 무신정권은 종말을 고하였다. 이로부터 13년 전에 이미 요
세화상은 입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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