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1 - 고경 - 2023년 11월호 Vol.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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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그리스도교를 일단 세 가지 면에서 서로
소통과 대화의 접촉점을 찾아보려고 합니
다. 그 세 가지란 1) 깨침 vs. 메타노이아,
2) 염불 vs. 예수 기도, 3) 자비 vs. 사랑입
니다.
깨침과 메타노이아 사진 1. 스즈키 다이세츠(鈴木大拙,
1870~1966).
다 아는 사실이지만 불교는 ‘깨침’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입니다. 불佛, 불
타佛陀, 부처라는 말은 범어의 ‘붓다(Buddha)’를 옮긴 말인데, 모두 ‘깨친 분’
이라는 뜻입니다. 부처님이 보리수 밑에서 성불하셨다고 하는데, 보리수
의 ‘보리(bodhi)’란 말도 깨침이라는 뜻이고. 성불成佛하셨다는 것도 ‘깨침을
이루셨다’, ‘부처님이 되셨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불교佛敎는 ‘깨친 분의 가
르침’이며 동시에 ‘깨침을 위한 가르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불교학자가 말한 것처럼 깨침은 불교의 ‘알파와 오메가’라 할 수 있
습니다. 그야말로, 선불교를 서양에 소개한 D.T.Suzuki(鈴木大拙 貞太郞,
1870〜1966)의 말처럼, 깨침이 없는 불교는 “빛과 열이 없는 태양과 같다.”
고 하는 말이 역사적 진실입니다.
물론 불교 안에서도 여러 종파가 있어 정토종淨土宗에서처럼 깨침보다도
염불을 강조하는 것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염불도 염불선念佛禪이라는 말
이 있듯이 깨침의 수단입니다. 또 화엄종華嚴宗에서처럼 이론을 더욱 중요
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사교입선捨敎入禪이라는 말처럼
이론도 결국에는 깨침을 위한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리스도교는 어떻습니까? 일반적으로 그리스도교는 ‘믿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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