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5 - 고경 - 2023년 11월호 Vol.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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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여러 가지 수행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그
중에서도 무엇보다 ‘우주 공동체의 발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주의 모든
것이 서로 의존되어 있고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
로 남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여기는 보살의 자비심이요, 네 이웃을 네 몸
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처럼 이웃과 나를 하나로 보는 그리스도교의 사랑
입니다. 자연히 동료 인간들을 경쟁과 이용의 대상으로 보는 일도, 자연을
인간 중심적 탐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는 일도 그만
두게 될 것입니다.
불교와 그리스도교가 공동으로 자비와 사랑을 더욱 널리 퍼지게 하여 현
대 사회가 겪고 있는 소외와 불안이 줄어들도록, 그리고 동료 인간과 자연
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더욱 깊어지도록 하는 것이 오늘 우리 사회를 위해
절실한 일이라 여겨집니다.
나가면서
오늘같이 다원화된 세상에 아무도 고립되어 살 수는 없습니다. 또 오늘같
이 복잡한 세상에 누구도 자기 혼자 이 복잡한 세상의 모든 문제를 다 해결
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종교만
홀로 세상의 필요를 다 충족시킬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습니다. 이런 형국
에 한국의 양대 종교라고 할 수 있는 불교와 그리스도교가 서로 대화하고 협
력하는 데 더욱 적극적이 된다면 한국의 종교 지형도 많이 달라지고, 그로
인해 한국 사회도 더욱 맑고 향기롭게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3)
3) 이 문제에 대해서는 오강남, 『불교, 이웃 종교로 읽다』(현암사, 2006) 부록에 더욱 자세히 다루고 있습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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