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고경 - 2023년 11월호 Vol.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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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상응함을 확인했을 것으로 본 발표자는 추측한다. 『선문정로禪門正路』에
인용된 여러 서적과 이론들이 이런 추측의 정당성을 입증한다. 한편, 성철
선사는 ‘돈오돈수’의 사상을 잘 드러낸 역대 선사들의 어록을 가려 뽑고,
그것을 제자 원택스님에게 한글 번역 보급을 당부하고, 출판에 즈음하여
전체 책의 이름의 ‘선림고경총서禪林古鏡叢書’라 붙였다. 성철선사 자신은
이런 책들을 ‘본래의 거울’ 즉, ‘고경古鏡’으로 활용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독자들에게도 이 책들을 거울로 삼아 스스로 자신의 화두 참선 체험
을 스스로 점검하라는 주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면 상당법어집인 『본지풍광』은 성철선사의 출가 수행 생활에서 어
떤 의미가 있는가? 한마디로 말하면 수행자를 지도하는 현장 기록이다. 이
책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성철선사는 『선문염송집』을
활용하여 상당법어를 한다.
안거 수행의 시작과 끝에 참
선 대중에서 화두 수행을 어
떤 마음으로 해야 하는지를
당부하기도 하고 또 수행을
점검했는데, 그 점검을 상당
법어로 시행했다. 구산선사
도 이런 방법을 활용했다.
다만 두 선사 사이에는 독서
의 범위와 ‘정신’이 달랐다고
생각된다. 독서 범위는 차치
하고 ‘정신’만 말해 보면, 구 사진 3. 구산선사九山禪師(1910~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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