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고경 - 2023년 11월호 Vol.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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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선사는 송광사 전통의 보조와 혜심
의 선사상을 이어 가려는 ‘계승’ 정신이
철저했던 것으로 보이며, 성철선사는
평소에 주장하던 ‘돈오’ 정신에 철저했
던 것으로 보인다.
3.
조선시대로 들어오면서 『경덕전등
록』과 『선문염송집』은 선종 승과僧科
시험과목으로 채택되고, 그 이후 현대
사진 4. 『선문염송집』. 고려 후기에 진각혜 에 이르기까지 선승의 교육과 수행에
심 선사가 공안에 대한 후인들의
염과 송 등의 착어를 모아 편찬한 중요하게 활용되었다. 이런 전통 속에
공안집.
서 ‘전등’과 ‘염송’을 염롱拈弄하지 못하
고서는 소위 ‘지도급 선사’라 할 수 없다.
조선시대 이래 지금에 이르도록 많은 선사가 『선문염송집』을 독서하고
수행에 활용했는데, 대표적으로 세 사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선문염
송집』이 고려 말 진각혜심眞覺慧諶( 1178~1234) 선사에 의해 편집되자, 그
의 제자 각운覺雲 선사가 이 책에 주석을 붙였으니 이것을 『염송설화』
라 한다. 『선문염송집』에 나오는 화두를 설명한 것이다. 둘째는 『선문염
송집』과 『염송설화』를 대상으로, 이 두 책의 내용을 평가적으로 해석하
고 코멘트를 붙이는 일종의 주석서가 나왔으니, 이것은 백파긍선白坡亘璇
(1767~1852)의 사기私記이다. 셋째가 지금 필자가 소개하는 『본지풍광』이다.
성철선사의 『본지풍광』은 주로 『선문염송집』에서 상당법어의 자료를 가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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