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고경 - 2023년 12월호 Vol.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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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학자들과
             함께 펴낸 책이 『한국에서 철학하는 자
             세들: 철학 연구 방법론의 한국적 모색』

             (1986)이었다. 여기에 실린 「동양철학을

             하는 태도」에서 그는 서구문화에 완전
             히 경도되거나 독보적 동양문화를 주장
             하는 등의 상반된 입장을 선교사와 훈

             장에 빗대어 비판했다. 또한 문화의 역

             동적 변화와 시대의 흐름을 망각해서는
             안 되며, 동양철학을 이상화하거나 대                  사진 4.  『한국에서 철학하는 자세들:철학연
                                                       구 방법론의 한국적 모색』(1989년, 집
             체 불가능한 어떤 특수한 것으로 대상                      문당).
             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세상 어디엔가 객체로서의 독특한 ‘동양적 사유 방식’이 있다는 편견을
             깨뜨리는 것이야말로 동양철학을 학문으로 해방시키는 길이다.”라고 선
             언하며 동양을 탈각한 철학 자체의 길을 추구하고자 했다.

               한편 불교학은 서양에서는 근대학문으로서 나름의 지분과 위상을 갖고

             있었지만, 서울대 철학과에서는 새로운 분야였고 연구 방법론이나 교과에
             대한 이해 및 인식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인도(산스크리트)와 중국(한문)을 오
             가는 불교의 광범위한 영역과 주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철학적으로 이

             해하는 일이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심재룡은 연기와 공, 중도를 주장

             한 『중론』의 저자 나가르주나를 인간의 사유와 언어 구조를 설명하고 분석
             하는 사색가로 보고 그의 철학적 관심에 동참하여 함께 철학 하기를 촉구
             했는데, 이는 불교에 대한 철학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시도의 한 사례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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