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7 - 고경 - 2023년 12월호 Vol.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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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한다. 그 결과 선악이나
시비를 포함한 모든 것이 원
만무애하게 평화공존의 생
활을 영위하는 것이 된다.
이렇게 되면 지배자와 피지
배자, 지주와 농민, 황족과
평민은 모두 우주 관계의 그
물에서 빠뜨릴 수 없는 그물
코가 된다.
사진 4. 임계유가 말하는 철학과 불경 시리즈(전 6권).
맑스주의가 보기에, 화엄
종을 위시한 불교의 목적은 객관세계를 관념론적으로 해하여 객관세계의
물질성을 부인하는 데 있다. 화엄철학은 개별과 전체의 관계를 ‘일다상
용一多相用’이라는 관념론적 관점으로 설명함으로써 개별과 일반의 차별을
혼합시키려 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상대주의에 근거하여 현실의 지배 질
서를 합리화하는 사상일 뿐, 결코 역사 발전을 통해 만인의 평등을 추구하
는 변증법적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맑스주의의 화엄철학 비판의 핵심
이다.
모택동의 화엄철학 긍정: 일다상용의 변증법
모택동毛澤東(1893~1976)은 화엄종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거의 언급하
지 않았지만, 유일한 예외가 임계유 편 『중국철학사』에 나오는 화엄종 분
석에 대한 언급이다. 「모택동철학비주집毛澤東哲學批注集」(1988)의 「화엄종의
상대주의와 궤변론」 챕터에서 모택동은 화엄종의 ‘일다상용一多相用’ 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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