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5 - 고경 - 2023년 12월호 Vol.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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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학적 본체론은 모두
교조에 불과한 것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하였다.
근대불교는 기본적으
로 현학파의 입장을 계
승하였다. 불교는 신앙
사진 2. 1920년대 ‘과학과 형이상학 논쟁(科玄論爭)’의 과학파. 청
으로써 과학의 증명이 화국학연구소. 왼쪽부터 이제李濟, 왕국유王國維, 양계
초梁啓超, 조원임趙元任. 뒤는 후배들.
필요하지 않고, 현학파
는 ‘본체와 현상이 둘이 아니라는’ 불교의 공즉시색空卽是色의 이론적 배경을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과학파는 현상이 우주의 본체라고 주장하는데, 여기
에서 현상은 감각에 속한다. 즉 주체의 직접적 감각지 외에 모든 것은 실재
성이 없다는 것이다. 과학파의 이러한 ‘실증주의’ 관점과는 상대적으로, 우주
본체는 과학이 아니라 형이상학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것임을 인정함으로
써 불교는 기본적으로 현학파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현학파의 입장은 동방문화파를 거쳐 근현대불교, 현대신유학으로
이어졌고, 과학주의를 추종하는 과학파의 입장은 맑스주의가 계승하게 되
었다. 맑스주의자들은 사회주의 사상을 추종하면서도 자유주의 서양문화
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서방문화파와 달랐다. 그리하여 근대시기 중
국 사상계는 현학파의 입장을 이은 동방문화파, 과학파의 입장을 계승한
중국적 맑스주의, 자유주의 서화파라는 세 파로 나뉘어 존재하게 되었다.
맑스주의의 불교 비판: 지배 질서의 합리화
과학주의를 계승한 맑스주의는 기본적으로 불교가 ‘형이상학적 관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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