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고경 - 2023년 12월호 Vol.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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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으나 이렇게 해석해야만 경멸과 천대의 뜻을 바르게 아는 것이지 문
자대로 해석하면 부처님 뜻은 모르고 맙니다. 우리가 참으로 공부를 부지
런히 해서 불법을 바로 알면 이렇게 해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처님이나 조사들은 항상 “글자를 의지해서 해석하면 삼세 부처님들의
원수이다[依文解 三世佛怨].”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든지
피상적인 글자에 구애되지 말고 법문의 뜻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
고 글자는 볼 것도 없이 뜻만 알아야 하느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
리 선가에서는 “경을 떠나서 해석하면 곧 마설과 같다[離經說卽同魔說].”고
말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해석해야만 부처님의 뜻을 바로 알 수 있
느냐는 것도 참 곤란한 일입니다. 문자에 집착하면 삼세 부처님의 원수가
되고, 문자를 떠날 것 같으면 마설이라고 했으니 앉지도 못하고 서지도 못
하는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지 않았습니까?
마설이 되어도 안 될 것이고 삼세 부처님의 원수가 되어도 안 될 것이니
여기서는 이것이 모두 양변입니다. 마설도 버리고 부처님 원수도 버릴 것
같으면 중도정견이 나옵니다. 분명히 문자에 의지해서 설명하는데 문자를
떠나고 문자를 떠나서 설명하는데 분명히 문자에 의지해 있어서, 아무리
문자에 의지해서 설명하지만 조금도 문자에 구애되지 않고 아무리 문자를
떠나서 설명한다고 해도 문자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참으로 무애자재하게 바른 견해를 가지고 부처님 뜻이나
조사들의 뜻을 옳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이지 조금이라도 이런 자유자재한
해석을 가지지 못하면 영원토록 불법을 매몰해 버리고 그 뜻을 모르고 맙
니다. 여기서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경멸과 천대의 해석을 두고
서 사람들의 생각과 대주스님의 생각하는 바가 틀리기 때문에 의심을 품
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서 내가 이런 예를 들어 설명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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