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고경 - 2023년 12월호 Vol.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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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다. 심과 심소의 구분으로 인해서 마음 자체의 기능이 보존될 수 있고,
이로 인해서 마음이 수행의 주제가 될 수 있고, 마음을 보는 것이 원칙이
될 수 있고, 마음과 객진번뇌의 차이가 둘의 구분에서 시작될 수 있고, 혜
능에게서 거울은 닦을 필요가 없다는 논의가 성립할 수 있고, 이 둘의 구
분을 전제할 때 초기불교에서 빛나는 마음이 성립할 수 있다.
심소와는 달리 마음 자체의 기능을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불
성佛性, 자불성自佛性, 자성自性의 가능성과 연결된다.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고 이미 사용하고 있으므로, 마음을 안다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이
미 하고 있는 것을 아는 것일 뿐이다. 마음을 알기 위해서 특별한 것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이후 선불교의 대전제가 된다.
불교심소학에서는 심소의 다양한 기능이 잘 기능하도록 하는 것이 심리치
료의 원칙이 된다. 삼법인 가운데 고苦의 원리는 오온의 이러한 기능이 잘 기
능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
이 삼계三界 자체의 구조라는 것이 붓다가 파악한 고제苦諦의 진리인 것이다.
이러한 기능성이 잘 발현되는 세계가 출세간계出世間界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불교심소학의 심리치료적 함의도 명확해진다. 심소가 기능
을 잘 발휘하는 것이 심리치료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이 잘 발휘되기
위해서는 기능이 지향하는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붓다가 제시한 궁
극적 목표가 된다. 이러한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궁극적 목표를 성취
하는 데 유익한 기능들은 일으키고 증장시키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실행하
고, 궁극적 목표의 성취를 방해하는 유해한 기능은 일으키지 않고 손감시
키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불교적 관점에
서는 수행의 과정이 되고, 불교심리학적 관점에서는 불교심리치료의 과정
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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