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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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대체적으로 경전의 구절을 음송하는
                                     도강都講이 먼저 사라졌던 것으로 보이고,
                                     다음으로 그 인물과 사건들에 담긴 불교적

                                     원관념을 해설하는 부분들이 사라지게 되

                                     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오늘날 우
                                     리가 보는 것처럼 신비한 인물들과 사건들
                                     로 채워진 이야기만 남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심오한 불법의 이치를 담은 비

                                     유담이었던 『서유기』는 신마소설神魔小說,
          사진 3. 삼장법사, 서유기의 주인공.
                                     즉 환타지 소설로 변하게 된다. 그럼에도
          역대 『서유기』의 독자들은 그 비유와 상징 속에서 심오한 사상의 흔적을 감

          지하곤 하였다. 불법의 진리를 탑재하기 위한 이야기의 설계가 워낙 치밀

          하였기 때문이다. 다만 그 이야기의 설계가 중국의 서민 대중들을 주 타켓
          으로 겨냥한 것이었으므로 중국의 신화, 전설은 물론 중국적 세계관을 차
          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로 인해 그에 대한 불교적 독해는 물론 도교적,

          유교적 해석의 흐름이 형성된다. 그래서 『서유기』의 저술 목적과 관련하여

          도가에서는 내단內丹의 완성 비법을 제시하기 위해 도사 구처기丘處機가 저
          술한 것이라고 보았고, 유가에서는 이것을 인의예지신을 강조하는 권학용
          도서라고 보았다. 이렇게 유가와 도가에서 자기식의 해석을 내놓을 수 있

          었던 것은 소설에 노출된 도가와 유가의 용어들 때문이다.

           다만 어느 경우라 해도 그것은 마음[心]이라는 한 글자를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것이 유불선儒佛仙의 마음공부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고 보는 경
          우도 있다. 그렇지만 어떻게 보아도 『서유기』는 불교적으로 읽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의 창작이 승려 현장玄奘(600∼664)의 16년간의 인도 체험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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