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P. 110
혜와 복덕으로 이루어진 부처의 마음을 향해 나아가라는 축원이 담겨 있
는 것이다.
삼성반월교의 얘기를 이렇게 길게 하는 것은 『서유기』와 불교의 친연성
을 말하기 위해서다. 손오공은 처음 수보리 존자를 만나 불교 수행을 시작
하게 되는데, 그곳은 초승달[斜月]에 별이 셋[三星]인 동굴, 즉 사월삼성동斜
月三星洞이었다. 사월삼성동은 세 개의 별[三星]을 초승달[斜月]이 받치고 있
다는 뜻으로서 역시 마음 심[心]자를 파자한 것이다. 그러니까 통도사의 삼
성반월교 다리와 『서유기』의 사월삼성동 동굴은 마음 수행의 현장을 가리
키는 말이 되는 것이다. 확실히 통도사의 삼성반월교는 『서유기』의 사월삼
성동을 의식한 명명이다.
흥미로운 것은 통도사의 용화전에도 『서유기』의 에피소드를 내용으로
한 7폭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모두 삼장과 손오공 일행이 서
천 여행을 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형상화한 것이다. 조선 말에 그려
진 이 벽화는 국내에 유일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를 통해 당시 『서유기』가
불교적 저작물로 널리 읽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설악산의 수렴
동水簾洞이라는 이름만 해도 그렇다. 물이 많은 설악산의 계곡을 보면서 수
렴동이라는 이름을 생각해 낸 사람은 『서유기』를 즐겨 읽던 어떤 스님이었
을 가능성이 99.9%다. 손오공이 사는 곳이 화과산 수렴동이었기 때문이
다. 모두 『서유기』가 불교의 진리를 절묘하게 문학화한 저작물이었기에 가
능한 일이다.
불교 컨텐츠의 생산과 공연
일반 독서계도 마찬가지였다. 고려시대 생활중국어 교본이었던 『박통
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