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5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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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한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에  영감
             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을 고
             려해야 한다.

               또한 그 여정이 관세음보살이 설계

             한 대승의 길을 걷는 일이며, 그 내용
             이 진공묘유의 중도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
                                                사진 4. 손오공, 서유기의 주인공.
             결말 역시 서역의 석가모니불을 친견

             하고 불교경전을 동쪽에 전파하는 일로 귀결되며, 결국 부처의 지위에 오
             르는 일로 대단원을 맺게 된다는 점 역시 분명하게 확인된다.
               그러니까 이런저런 중국문화의 외피에 싸여 있기는 하지만 『서유기』는

             궁극적으로 불교의 진리를 전달하는 비유담의 결집물로 보아야 한다. 그

             것은 『법화경』의 비유담이나 『화엄경』의 대서사는 물론이고, 『불성비유경』
             이나 『법원주림』과 같은 이야기 모음집의 장점들을 두루 수용하면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감으로 우리를 불법의 세계에 젖어 들게 한다. 그렇게

             『서유기』의 여정을 함께 하다 보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자기의 마음을 통

             찰하는 마음관찰의 여행에 진입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의 정서를 직격하
             므로 추상적 사유의 과정을 건너뛰어 바로 우리의 심성에 각인된다.
               다만 『서유기』의 흥미 있는 에피소드에 숨겨지듯 탑재된 불교의 진리를

             다시 발굴하여 드러낼 필요가 있다. 그것이야말로 『서유기』의 원형을 복원

             하는 일일 수 있다. 불법의 실천이라는 것이 꼭 심오한 학문적 구조물을 구
             축하는 일일 필요는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불법을 접할 때 우리의 정서
             와 생활이 흔들리는 이런저런 진동[六種震動]을 느끼는 일이다. 『서유기』의

             불교적 독서가 그러한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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