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3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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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입니까?”라고 하였다. 양개는 “당시에는 거의 선사의 뜻을 잘
못 알 뻔했다.”라고 하고, “선사가 알고 있는 것도 모르셨습니까?”
라고 묻자 양개는 “만약 알고 있지 않았다면 어찌 이렇게 말할 수
있었겠는가? 만약 알고 있었다면 어찌 이러한 말을 할 수 있었겠
는가?”라고 하였다. 4)
이로부터 양개는 운암이 “바로 이것이다[卽這個是].”라고 말한 의미를 당
시에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음을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운암과 헤어져 시냇물을 건너면서 물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서 비
로소 깨달음을 얻어 위의 ‘오도게’를 짓게
되었다고 하겠다. 이 오도게는 이후 양개
가 찬술한 『보경삼매寶鏡三昧』 가운데 “마치
보경寶鏡을 대하면 모습[形]과 그림자[影]가
서로 바라보니, 네가 그것은 아니지만, 그
것은 바로 너이다.” 라는 구절로 이어져 있
5)
다고 할 수 있다. 양개의 오도게 가운데
“그것은 지금 바로 나이지만 나는 지금 그
것이 아니네[渠今正是我, 我今不是渠].”라는
4) [明]語風圓信, 郭凝之編集, 『瑞州洞山良价禪師語錄』(大
正藏47, 520a), “他日, 因供養雲巖眞次, 僧問: 先師道祇
這是, 莫便是否? 師云: 是. 云: 意旨如何? 師云: 當時
幾錯會先師意. 云: 未審先師還知有也無? 師云: 若不
知有, 爭解恁麽道? 若知有, 爭肯恁麽道?”
5) 앞의 책(大正藏47, 526a), “如臨寶鏡, 形影相睹, 汝不是
渠, 渠正是汝” [日本]慧印校訂, 『筠州洞山悟本禪師語
錄』(大正藏47, 515a)에서는 『寶鏡三昧』를 『寶鏡三昧歌』 사진 2. 동산선사도수도洞山禪師渡水圖.
라고 한다. 현 일본 동경국립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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