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5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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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玄中之旨를 밝히고 있
다. 이 「현중명」의 핵심은
바로 이사理事의 원융圓
融을 추구하는 것인데,
이는 조사선의 핵심이기
사진 3. 동산보리선사 경내.
도 하다. 본래 조사선에
서는 ‘돈오’를 가장 궁극적 깨달음으로 설정하여 다양한 선리禪理를 제시하
는데, 돈오의 개념은 바로 진리眞理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인식하는 우주 법계의 궁극적인 이치인 이극理極에 도달
하여 반야의 지智로 극조極照함이 바로 돈오이다. 이러한 까닭에 조사선에
서 이사理事를 중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에 따라 오가의 마지막 종인 법안종을 창립한 법안문익法眼文益은 『종
문십규론宗門十規論』에서 “조불祖佛의 종宗은 이치[理]를 갖추고 일[事]을 갖
추었다. 일은 이치를 의지해 세우고, 이치는 일을 빌려 밝힌다. 이치와 일
이 서로 바탕이 되어, 또한 눈과 발이 같다. 만약 일이 있는데 이치가 없으
면 진흙에 막혀 통하지 못하고, 만약 이치가 있는데 일이 없으면 질펀하게
젖어 돌아오지 못한다. 그 불이不二를 바란다면, 원융圓融을 귀하게 해야
한다.” 라고 말한다. 특히 조동종과 임제종에 대하여 “조동의 가풍은
7)
편偏이 있고 정正이 있으며 명明이 있고 암暗이 있는데, 임제는 주主가 있고
8)
빈賓이 있으며, 체體가 있고 용用이 있다.” 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로부터
문익은 오가가 모두 이사원융理事圓融을 지극히 강조하고 있지만, 조동종
7) [唐]文益撰, 『宗門十規論』(卍續藏63, 37c), “祖佛之宗, 具理具事. 事依理立, 理假事明; 理事相資, 還
同目足. 若有事而無理則滯泥不通, 若有理而無事則汗漫無歸. 欲其不二, 貴在圓融.”
8) 앞의 책. “曹洞家風則有偏有正, 有明有暗; 臨濟有主有賓, 有體有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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