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4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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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과 『보경삼매』의 “네가 그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바로 너이다[汝不是渠,
          渠正是汝].”라는 구절을 비교하여 다양한 철학적 분석도 가능하겠지만, 사
          실상 거의 동일한 의미라 하겠다.

           그런데 운암이 대답한 ‘즉저개시卽這個是’는 다른 측면으로 볼 때, 바로

          『육조단경』 이래 조사선에서 끊임없이 강조해 온 ‘당하즉시當下卽是’와 ‘본래
          현성本來現成’를 의미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즉저개시’에서 ‘저개這箇’를
          삭제한다면 ‘즉시卽是’이고, 이는 그대로 ‘당하즉시’와 연계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운암이 말한 ‘즉저개시’는 바로 돈오頓悟를 의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당하즉시’와 ‘본래현성’의 전제는 명확하게 ‘돈오’라고 할 수 있기 때
          문이다. 따라서 양개의 오도게는 바로 양개가 ‘돈오’한 이후의 ‘당하즉시’를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중명玄中銘」에 나타난 이사원융理事圓融


           양개의 선사상은 또한 그가 찬술한 「현중명玄中銘」에서 엿볼 수 있다. 양

          개의 어록은 대정신수대장경大正新脩大藏經 47책에 일본 혜인慧印이 교정校

          訂한 『균주동산오본선사어록筠州洞山悟本禪師語錄』과 명대明代 어풍원신語風
          圓信과 곽응지郭凝之가 편집한 『서주동산양개선사어록瑞州洞山良价禪師語錄』
          의 두 판본이 실려 있다. 그 가운데 「현중명」은 『균주동산오본선사어록』에

          만 실려 있다.

           이 「현중명」에서는 “쓰고도 공功이 없고 고요하면서도 비워 비추면, 일
                                                            6)
          [事]과 이치[理]가 둘 다 밝아져, 체體와 용用이 막힘이 없다.” 라는 현중지



          6)  [日本]慧印校, 『筠州洞山悟本禪師語錄』(大正藏47, 515b), “用而無功, 寂而虛照, 事理雙明, 體用無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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