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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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見性이라 하고, 두꺼운 얼음을 태양이 녹이듯 번뇌망상을 지혜광명으로
          하나하나 끊어 나가는 것이 도인이라 했다. 허나 이는 부처님과 조사스님
          들의 말씀에 상반되는 견해이다. 부처님과 조사스님들은 위에서 살펴보았

          듯이 추중망상뿐 아니라 미세망상까지 완전히 끊어야 견성이라고 한결같

          이 말씀하셨다.
           번뇌망상을 나무로 치자면 가지와 잎을 쳐낸 것 정도로는 견성이라 할
          수 없다. 줄기를 자르고 근본인 뿌리까지 완전히 뽑아낸 것을 견성이라 한

          다. 중생이 본래 부처라는 것을 알았다 해도 번뇌망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면 그건 중생이지 부처가 아니다.
           『해심밀경』에서는 근본식인 아뢰야식에 의지해 6전식이 생긴다고 했다.
          어디를 살펴보아도 제7식을 거쳐 6식이 전개된다는 얘기는 없다. 유식학

          의 근본이 되는 『해심밀경』에 설해지지 않았는데 왜 제7식이란 용어가 나

          온 것일까? 이는 설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후대에 설정된 것이지 경에
          근거한 근본학설이랄 수는 없다. 모든 불교의 논서와 학설은 부처님 말씀
          인 경에 그 뿌리를 두어야 한다. 따라서 경의 종지에 근거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학설이라 하겠다. 유식학의 근본 소의경인 『해심밀경』에서 제7식을

          거론하지 않았으니 굳이 제7식을 수립해 이론 전개의 필수사항으로 기재
          할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8지에서 10지까지의 대자재보살들도 혜안慧眼은 갖췄지만 아타나식을

          벗어나진 못했다. 따라서 불안佛眼을 갖춘 부처님이 볼 때 아직 미세한 망

          상을 벗어나지 못하고서 아타나식을 구경으로 집착하고 있는 것이므로 ‘꾸
          중을 면치 못한다’ 한 것이다. 8지보살이 되면 오매일여의 경지에 들어가
          는데, 이를 구경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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