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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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 한다.
           동정일여·몽중일여·숙면일여란 말들을 자주 거론하는데, 이는 공부
          를 하다 보면 누구나 겪게 되는 경계들이다. 동정일여動靜一如란 가거나 오

          거나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거나 늘 여여해서 잠시도 끊어짐이 없는 것을

          말한다. 쭉 이어지다가 잠깐 끊어지고 다시 이어지는 그런 것은 일여라 하
          지 않는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저녁에 잠드는 순간까지 한 생각이
          잠시도 끊어지지 않는 걸 동정일여라 한다.

           몽중일여夢中一如란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꿈에서도 불경계佛境

          界가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어쩌다 꿈속에서 경계가 나타나는 듯하고 화
          두가 조금 들리는 듯싶으면 그걸 몽중일여로 착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것은 몽중일여가 아니다. 잠이 들어 깊은 꿈속에서조차 변동 없이 여

          여부동如如不動한 것을 몽중일여라 한다. 그런 몽중일여의 경계가 되면

          화엄 7지보살이다.
           숙면일여熟眠一如란 꿈 없는 깊은 잠에 들어서도 일여한 경계이다. 숙면
          일여의 경계가 나타나면 8지 이상의 자재보살인데, 이것조차도 제불 조사

          들께선 제8마계라 하여 머물고 집착하는 것을 극력 배척하셨다. 그러니 동

          정일여·몽중일여도 안 된 것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러고도 견성이니
          깨달음이니 한다면 그건 차라리 외도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객진번뇌도 떨치지 못했으면서 약간의 지혜가 생겼다 하여 그걸 궁극의

          견성인 줄 착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혼자만의 착각에 그친다면 그나마 다

          행이다. 근거도 없는 망설과 삿된 견해로 다른 이의 본성까지 오염시키니
          참으로 큰일이다. 그러니 보잘것없는 견해로 괜한 오기 부리지 말고 열심
          히 공부해 6추뿐 아니라 3세의 미세망상까지 완전히 떨치고 오매일여·숙

          면일여의 경계를 넘어서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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