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P. 23

『   』 제129호 | 불면석 그늘 아래 1 |    백련암에 출가하기 위해 온 때가

                                             내 나이 29세 되던 해, 6월쯤인 것
                                             같다. 백련암으로 올라오던 걸음을

                                             ‘백련암’이라는 현판이 있는 건물 앞
             길(출가)은 다시 길로                    문턱에서 멈추고 문득 뒤를 돌아보았

             이어지고                            다. 돌계단이 층층을 이루며 저 아래
                                             까지 쭈욱 연이어 있었다. 문득 이런

                                             의문이 솟아나왔다. “나는 지금 여기
              원영스님
                                             무엇을 하러 오는가?” 스스로 답했
              하남 정심사 회주
                                             다. “공부하러 온다.” 그리고 문턱을
                                             넘어서 백련암 안으로 들어갔다.

                                               며칠 후 삼천배를 마치고, 삭발을

                                             하고, 새 옷으로 바꾸어 입고, 스님들
                                             이 사용하는 큰방에 들어갔다. 밤 9
                                             시면 종소리를 듣고 잠들고, 새벽 3

                                             시면 그 종소리를 듣고 깨어났다. 낮

                                             에  공양간에서  활동하는  동안에도
                                             계속 이 생각이 맴돌았다. “나는 지
                                             금 여기 뭣하러 왔는가.” 약 일주일

                                             쯤 지나 큰스님께서 문득 저를 보시

                                             고서  말씀하셨다.  “여기  왜  왔는지
                                             궁금하지? 스님은 공부하는 사람이
               원영스님   1978년 성철스님을 은사로
               하여 해인사에서 수계함. 1998년 동국대       다. 부지런히 해라.” “예!” 이 대화가
               학교 불교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하남 정
               심사와 뉴욕 보리사 창건.                있은 후 모든 생각들이 멀어졌다. 마



                                                                          21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