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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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방 사이에 있는 4평쯤 되는 방을 앞뒤로 나누어서 뒤쪽은 원주실이
          고 앞쪽은 시자실이다. 큰스님 방에서 가장 가까운데 가끔 큰스님이 나오
          시면서 문을 열어 보시면 혼자 누워 있다가도 얼른 일어났다. 이럴 때면 큰

          스님은 어떤 분이신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큰스님 방 청소도 하고 방에 군

          불도 지펴 드리는 것이 소임이였다. 스님들이나 신도들에게 큰스님의 화
          두를 대신 전해 주기도 했다.
           신도들이 3천배 절을 하러 오면 그 방법을 가르쳐 주었고, 절을 모두 마

          치고 나면 큰스님께 안내했다. 절을 다 하고서도 큰스님을 만나지 못하고

          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는데, 이분들에게는 왠지 무척 미안했다. 큰스님
          께서는 절을 모두 마친 사람들에게 언제나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
          었다. 집에 가서도 매일 백팔배 절을 해라. 나를 위한 것이 아니고, 남을

          위해 절을 하라고 했다.

           간혹 백련암에 와서 큰스님을 만나기만 하면 절실한 일이 해결될 것으
          로 믿는 사람도 있었다. 혹은 절하는 동안 망상들이 너무도 많이 생겨서
          절을 하지 못하는 분도 있었다. 그런 중에도 자꾸 지속하면 마침내 망상

          이 없어질 텐데. 내가 백련암에 와서 처음 절을 할 때에 내가 그러했다.

          큰스님께서 물었다. “절을 하니 어떻더냐?” “생각이 매우 많이 일어났습
          니다.” “그럼 절을 하지 않으면 되겠네.” “예. 이전에는 몰랐습니다.” “앞으
          로 절을 많이 해라.”

           내가 행자가 된 이후 누님이 도반들과 함께 백련암에 절하러 왔다. 누님

          의 권유로 백련암으로 출가를 했기에 반갑기도 했고, 또 이전처럼 함께 절
          을 하고 싶었다. 절을 시작하고 얼마 후 원주스님이 와서 말했다. 백련암
          에서는 행자가 보살님들과 같이 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도법을 신도

          들에게 가르쳐는 주지만 기도를 신도와 함께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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