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고경 - 2024년 1월호 Vol.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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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묘엄스님 구술 장면(2010년 3월 28일), 고영섭 교수(가운데), 적연스님(오른쪽).



               ▶ 출가하시게 된 배경을 말씀해 주시지요.

               내가 출가할 때는 출가해서 스님이 된다는 생각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그때는 일제시대였어요. 중학교 입학시험을 쳐서 떨어지는 사람은 일본 군
             수공장으로 보낸다고 그랬는데, 그게 지금 생각하면 정신대로 보낸다는 그

             런 방침이었었어요. 중학 입학시험을 치니까 그 담당 선생님이 말하기를

             “너는 왜 아버지가 없느냐?” 그래요. 청담스님과 어머니는 이혼했거든요.
             스님이 “중노릇 잘하게 나와 이혼해 달라.” 하니까, 어머니는 진주시청에
             가서 도장 찍고 이혼을 해줬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혼하신 지 8년 후에 우

             리 할머니가 청담스님께 부탁하기를 “아들 하나만 낳아주고 가라.” 그래서

             제가 태어났습니다.
               당시는 일제시대인데 이혼했기 때문에 호적은 어머니 앞으로 즉 외가로
             올려졌습니다. 학교는 진주여고인데 그때는 일신여학교라고 했습니다. 일

             신여학교에서는 나를 아버지 없는 사생아라고 여학교에 들어올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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